'가년스럽다', '각다분하다', '굴침스럽다', '나볏하다', '뇌꼴스럽다', '돈바르다', '되알지다', '무람없다', '소양배양하다', '실뚱머룩하다', '에멜무지로', '옴니암니', '우두망찰하다', '점직하다', '푼더분하다'… 이 단어들은 어휘 구사가 뛰어난 작가로 정평이 나 있는, 김솔의 단편소설 '피그말리온 살인사건'(현대문학/2012 4월호)에 쓰인 순우리말이다. 그런데 하나같이 낯설기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일상 생활에서 거의 사용할 기회가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간혹 아름답고 예쁜 우리말이나 재미있는 단어를 만나 써보려고 해도, 어떤 상황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몰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 새로나온 책, '아름다운 순우리말 공부'는 정말이지 주목해볼 만한 책이다. 기존에 나와 있는 책들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책을 펴면 일단 '빈 칸에 들어갈 알맞은 낱말은?'이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문제들이 줄지어 이어진다. 음식 모양을 돋보이고 맛을 더하기 위하여 그 위에 뿌리거나 덧놓는 양념을 통틀어 이르는 말. 아들 많은 집의 외딸. 잔치 국수에 □□을 얹다. □□딸을 며느리로 맞아들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위 질문에 대한 정
가까이 다가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아니, 가까이 다가서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우연히 발견해 놀라기도 하고, 쉽게 놓쳐버린 순간에 후회하기도 한다. 매미의 성장과 탄생 과정을 그려낸 장현정 작가의 그림책 ‘피어나다’는 관찰을 통한 감동의 순간을 독자에게 조용하게 전달한다. 이 책의 감상은 책 표지에서부터 시작된다. 한 줄기 여린 꽃나무의 보라색 꽃잎, 그 위에 앉은 연녹색 곤충, 그리고 정갈한 글씨체로 부드럽게 써 내려간 ‘피어나다’가 한 폭의 시화(詩畫)를 보는 느낌이다. 작가가 자신의 소개 페이지에 남긴 ‘허물을 수집하러 이곳저곳 돌아다녔습니다. 그때 그 시간, 그 자리의 향기를 담았습니다”라는 메시지마저 한 글자씩 천천히 읊게 된다. 땅속에서 움트는 새싹을 따라 지상으로 올라온 작은 유충을 본 순간부터 시선은 자연스럽게 유충을 따라 이동한다. 벌레의 움직임과 주변 소리를 표현한 활자는 실제 소리가 되어 눈이 아닌 귀를 통해 들어오는 듯하다. 글로 자세히 묘사하지 않아 더 생생하다. 유충을 따라 느릿느릿, 살금살금 나무 위로 올라가 주변을 살핀다. 안전한 곳을 찾아 움직이고 또 움직이다 마침내 허물을 벗는 장면이 등장한다. 작가가 ‘피어나다’로